입력 : 2019-03-24 08:30:01
포항지열발전소 연구단이 그동안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포항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반면, 해외 학술지에는 지열발전사업 경과와 지진 발생 상황을 상세히 발표하는 등 실적 쌓기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연합(EU)의 연구팀이 포항지진 3개월 전 새로운 물 주입 기술을 포항지열발전소에 처음 적용하는 등 포항이 국제실험장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등에 따르면 2017년 8월 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진행된 물 주입(수리자극) 작업에 디스트레스(DESTRESS)라는 독일과 스위스에 사무소를 둔 연구단체가 참여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디스트레스는 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으며, 포항에도 적용된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 지열발전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개선하고 유발지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디스트레스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3개월 전 진행된 2017년 8월의 물 주입에 참여했는데 당시 활동은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에 자세히 소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이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부드러운 순환 자극’(cyclic soft stimulation)이라는 수리자극 방식을 실험실 환경이 아닌 실제 지열발전현장에 적용한 게 포항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방식은 기존보다 물 주입 주기를 빠르게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유발지진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방식을 이용해 2017년 8월 7∼14일 총 1756㎥의 물을 PX-1 지열정에 주입했고, 주입 당시와 직후 총 52건의 유발지진을 감지했다. 유발지진은 모두 규모 1.9 이하의 미소지진이었다. 이때의 물 주입이 포항지진에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PX-2 지열정에서 이뤄진 물 주입이 포항 본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문제있다고 판단한 곳은 PX-2인데 디스트레스가 8월에 와서 주입한 곳은 PX-1라 실험을 엉뚱한 데서 한꼴이 됐다”면서 “하지만 4월 15일 규모 3.1 지진이 난 뒤에 그런 실험을 했으니 도의적 (책임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민들은 그동안 지열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몰랐고, 지열발전 연구단이 지진위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주관사인 넥스지오는 물론 연구에 참여한 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관계자들은 해외 학술지에 포항 지열발전소와 유발지진에 대한 여러 논문을 제출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사례만 봐도 2013년 ‘EGS 지열발전과 저류층 수리자극 기술’ 논문에서 물 주입으로 인한 미소지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포항지열발전소의 당면 과제를 논했다.
서울대, 넥스지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은 2016년 1월 29일부터 2월 20일까지 포항 지열발전소의 PX-2 지열정에서 진행한 첫 수리자극과 이에 따른 미소진동을2017년 2월 스탠퍼드 지열 워크숍에서 발표했다.
2015년 4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지열콩그레스에서는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열정 시추 과정과 어려움 등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베타뉴스 이환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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