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31 09:30:01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세계 투자은행을 비롯한 경제·금융기관이 올해 1분기 주요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려잡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연율 기준·전 분기 대비)가 1%대로 주저앉으며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제조업 경기 급랭, 미·중 무역전쟁, 노딜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속속 하향 조정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31일 블룸버그가 조사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의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연율 기준·전분기 대비) 중간값은 1.5%로, 지난 2월 조사 결과(2.0%)보다 0.5%포인트 내렸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4%로 내렸다.
경제학자 43명 가운데 향후 1년 내로 미국에 경기후퇴가 올 것이라고 본 응답자도 25%에 달했다. 주택 지표 부진, 소비자 신뢰지수의 예상치 하회, 기업 이익 증가율 정체 등에 더해 미국 국채 2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현상에도 불안한 시장 심리가 반영됐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둡다. 경제학자 41명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유로존 GDP가 전분기 대비 각각 0.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조사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낮아진 것이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1.4%에서 1.2%로 내려갔다.
저성장이 만성화한 일본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 전문가 56명은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의 0.5%(전년동기대비)에서 0.4%로 낮췄다. 중국 수요 약화와 정보기술(IT) 경기 둔화에 따른 무역·투자 전망 등이 이런 분석의 바탕이 됐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서 경기에 대한 전망이 냉각됐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조사의 6.3%(전년동기대비)에서 이달 6.2%로 내려갔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예상치가 2.1%에서 1.8%로 가파르게 꺾였다. 이마저도 중국 정부와 통화 당국의 부양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세계 이코노미스트들의 1,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전망은 0.5%, 0.6%로 유지됐으나 CPI 상승률 예상치는 1, 2분기 1.3%, 1.5%에서 0.9%, 1.2%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토미 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올 상반기 성장 모멘텀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수요가 재정 부양책의 지지를 받겠지만, 해외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신흥국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5%에서 4.9%로 일주일 사이 0.1%포인트 하락했다. 세계 각국 성장전망이 낮아지면서 올해 글로벌 성장률 예상치는 3.4%로 2월 조사 때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연초 내놓은 전망치 3.5%보다도 낮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가고 있다는 ‘R(Recession)의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세계경제 지표가 사전 전문가 예상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주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 28일 -26.90으로 지난해 4월 초부터 1년 가까이 마이너스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지수의 마이너스 기간은 2008년 극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제 경제 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못 미쳤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