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4 13:03:37
사무실 책상은 언제나 비좁다. PC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올려놓고 몇 가지 사무용품만 들여놨는데 여유 공간은 물 컵 하나 올려놓을 정도다. 그렇다고 본체를 밑에 놓자니 이제 발 디딜 공간이 비좁다. 장(長)쯤 되는 직급이 아니고서야 널찍한 개인 공간이란 희망 사항일 뿐이다. 흘깃 살펴본 우리 팀장 책상도 좁아터지기는 매한가지지만 말이다.
비단 사무실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집안 책상 역시 사무실과 상황은 똑같다. 아니 오히려 더 비좁은 것 같다. 잔뜩 늘어놓은 여러 물품 때문이다. ‘더 널찍한 책상을 구했어야 했어…’ 하지만 그랬으면 더 넓은 방, 큰 집이 따라줘야 했겠지. 과연 무엇이 우릴 비좁게 만들까?
만약 위와 같은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델(Dell)의 새 PC를 눈여겨보자. 사무용 PC로 이름을 떨쳐온 델이 옵티플렉스(OptiPlex) 라인업의 신제품 ‘옵티플렉스 9020 마이크로(Micro) 9020, 3020’을 새로 내놨다. 마이크로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책 한 권 크기의 자그마한 데스크톱으로, 높이가 겨우 18.2cm에 불과하다.
그렇다. 델이 말하는 우리의 책상이 비좁은 이유는 PC 본체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 내 책상 한편을 떡하니 차지한 못생긴 PC 본체는 잔소리꾼 직장 상사 다음으로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는 공적임이 틀림없다. 델 옵티플렉스 9020/3020 마이크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해결사와 마찬가지인 것! 우리가 지금부터 리뷰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작은게 뭐 있겠냐고요? “갖출건 다 갖췄다”
자세한 성능이나 활용을 짚어보기 전 외모부터 들여다보자. 리뷰는 옵티플렉스 9020 마이크로(이하 OP 9020)로 진행했다. OP 9020의 본체는 앞서 말했듯 참 자그마하다. 가로 17.6cm, 세로 18.2cm, 두께 3.6cm의 정사각형 형태로 웬만한 책 한 권과 엇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게는 1.28kg. 한 마디로 랩톱 수준이다.
외모는 똑 부러지게 생겼다. 정사각형 형태 덕에 깔끔한 느낌이 강조된 모습이다. 검은색 표면은 금속의 질감이 느껴져 고급스러우며 로고나 인증 스티커가 멋들어지게 붙어있다. 앞면에 뚫린 통풍 구멍 또한 전체적인 멋을 살리는데 일조하는 부분이다.
앞면엔 전원 버튼과 더불어 헤드폰‧마이크 입출력 단자, USB 3.0 단자 2개가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단자들이 손가기 쉬운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사용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미덕이라고 생각된다. 뒷면에도 USB 3.0 단자는 4개나 있다. 본체 크기에 비해 넉넉한 확장성이다. 요즘 나온 PC답게 USB 2.0 단자 따위는 생각도 안 했다.
좀 더 살펴보면 랜 단자 외 디스플레이 포트(DP)와 VGA 단자만 갖췄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개 단자의 범용성을 믿고 DVI 단자는 과감하게 뺀 셈이다. 뒤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혹시 추가 DP나 HDMI 단자 등이 필요하다면 OP 9020을 구매할 때 ‘추가 구성(옵션)’으로 더하면 된다. OP 9020에 모니터 여러 대 연결이 가능한 이유다. 원한다면 PS2 단자도 추가 가능하다.
◆ 입맛대로 구성하는 PC 제원…성능은 ‘사무용 그 이상’
성능에서 먼저 알아둘 부분은 OP 9020은 견적을 짤 때 세부 항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프로세서를 인텔 i7 4785T로 쓸지 i5 4590T로 쓸지, 메모리를 4GB로 쓸지 8GB로 쓸지, 저장장치를 HDD로 달지 SSD로 달지 등을 입맛대로 구성하며 원하는 견적을 맞출 수 있다. 심지어 운영체제(OS)까지 윈도우 7~8.1과 리눅스 중 선택이 가능하다.
내부 구성을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 갈리겠지만 OP 9020의 성능은 ‘사무용’이라고 잘라 평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제원이 준수한 편이다. 따로 그래픽 카드를 갖추지는 않았다지만 인텔 HD 4600 내장 그래픽 정도면 PC 패키지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도 웬만큼 돌린다. 물론 그래픽 옵션은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롤(LoL) 정도는 적당한 옵션에서 원활히 돌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OP 9020을 완전히 사무용으로 쓴다면? 이 또한 어떤 소프트웨어(SW)를 다루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PC 성능에 볼멘소리를 뱉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구성을 알차게 짤 수 있다는 얘기다. 델 측의 자료를 보면 OP 9020은 최대 2TB의 저장장치, 메모리 16GB를 탑재할 수 있단다. 대용량 파일과 무거운 SW를 여럿 돌리는 그래픽 디자이너 직업군 등이 반색할 제원으로 예상된다.
덧붙여 한 수 아래인 OP 3020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프로세서는 i5 4590T부터 i3 4150T, 듀얼 코어인 G3240T 가운데 소비자가 고른 하나가 들어간다. 당연하게 칩셋은 OP 9020가 Q87을 쓴 반면, OP 3020은 H81 칩셋을 쓴다. 이 밖엔 최대 1TB 저장장치만 탑재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사무실에서 인터넷, MS오피스, 한글오피스 등 가벼운 SW만 다룬다면 이쪽도 충분히 괜찮은 성능일 터다. 입맛대로 고르시라.
◆ 콘솔 케이스에 베사 마운트까지, 데스크톱의 화려한 변신
사실 OP 9020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외모나 성능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활용성. 추가 구성품인 콘솔 케이스나 올인원 마운트, 듀얼 베사(VESA) 마운트 등 총 다섯 가지 주변기기를 이용하면 어떤 공간에서도 완벽한 업무 환경을 꾸밀 수 있는 활용성을 자랑한다. 델이 OP 9020/3020이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다.
이를테면 콘솔 케이스는 무난한 슬림 PC 형태를 연출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적당하다. OP 9020 본체와 전원 어댑터를 콘솔 케이스에 밀어 넣고 연결해주면 모든 과정이 완료. 광학 드라이브(ODD)도 부수적으로 쓸 수 있다. 이 역시 추가 구성으로 DVD-RW 드라이브 등으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콘솔 케이스를 씌어도 날렵한 외모는 여전하다.
본체를 아예 책상 위에서 없애버리고 싶다고? 그렇다면 베사 마운트를 이용해 모니터 뒷면에 달아놓거나 책상 밑에 붙여버리는 것이 정답이다. 듀얼 베사 마운트는 앞 뒷면으로 표준 규격 베사 홀이 뚫려있어 OP 9020을 모니터에 달아놓은 뒤 디스플레이 암(Arm) 등을 연결해 쓸 수도 있다. 본체 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이다.
만약 모니터가 베사 홀을 지원하지 않거나 거치가 불안정하다면 올인원 마운트를 쓰면 된다. 생김새는 콘솔 케이스와 비슷한데, ODD가 없는 대신 타공 구멍을 뚫어 통풍을 좋게 만들고 손잡이를 달아 이동성을 높인 케이스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올인원 마운트에 OP 본체와 전원 어댑터를 넣고 모니터 뒤편에 두면 완성이다. 부속 연결 판으로 모니터 거치대와도 연결해두면 안정성이 좀 더 확보된다.
이러한 주변기기의 조립은 생각보다 손쉽다. 설명서에 적힌 그대로 나사만 몇 번 조였다 풀면 내 입맛에 맞는 PC 하나가 뚝딱이다.
◆ 꾹꾹 눌러담은 델의 PC 노하우…‘OP 9020 마이크로’
델 옵티플렉스 9020 마이크로는 델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사무용 PC 라인업의 방점을 찍는 제품이다. 기존에 나온 미니 타워, 소형 폼팩터 데스크톱이 사무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면 이 녀석은 사무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PC 본체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쾌적함이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아마 당분간 OP 9020급 성능에 더 작은 크기의 데스크톱이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또 본문에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음이나 발열도 적은 편이다. 책 한 권만 한 크기에 온갖 부품을 꾹꾹 눌러 담았음을 생각하면 델이 그동안 허투루 PC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꾸준하게 기업용 데스크톱을 만들어온 델의 노하우가 담긴 제품이 OP 9020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하면 회사 윗분들에게 델 OP 9020/3020의 성능과 효율성을 알리느냐는 문제다. ‘말빨’에 자신 있다면 직접 사무공간과 업무 능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일장연설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아니라면 우선 델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제품 전문가와 구매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 생각된다(구매상담 링크). 상세 정보 확인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성능대비 예상보다 착한 OP 마이크로 제품군의 몸값은 짠돌이 이사마저 설득시킬 것이다.
베타뉴스 김성욱 기자 (beta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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