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3 17:31:33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패러다임 바꾼 ‘라데온 HD 7970’ |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PC로 게임을 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과거에는 혼자 즐기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고서야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었지만 최근에는 여럿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조차 방대한 데이터를 쓰고 있어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매우 중요해졌다.
▲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으로 게임을 부드럽게 즐기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필수.
하지만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다. 바로 성능과 발열, 전력 소모 사이에서의 삼각관계에서 생기는 일이다.
흔히 성능을 얻으면 전력 소모가 높아지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단일 그래픽 프로세서 기반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혼자서 약 300와트에 가까운 전기를 쓰고 두 개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쓴 초고성능 제품은 500와트 정도는 우습게 쓴다.
고성능 시스템일수록 고용량 전원공급장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가 높아지면 당연히 뜨거운 열이 생긴다. 열이야 쿨러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지만 덩치가 커지면 조립이 버겁다.
성능과 발열, 전력 소모라는 이 세가지 포인트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쓰려면 수준에 맞는 고가의 부품을 선택해야 하고 이는 조립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마니아’가 아니라면 감히 구입하지 못하는 그림의 떡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 성능·전력·발열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라데온 HD 7970은 숙제를 어느정도 해결하고 나타났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면서도 낮은 전력 소모와 발열을 갖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AMD가 선보인 차세대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7970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전력소모는 줄였다. 그야말로 ‘와트당 성능비’가 좋아진 셈이다.
◇ 덜 먹고 일 많이 하는 라데온 HD 7970의 비밀은? = 3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7970은 성능·전력·발열 세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많은 신기술을 투입했다. ▲28나노미터 미세공정 ▲차세대 GCN(Graphics Core Next) 구조 ▲제로코어 파워(ZeroCore Power) 기술 ▲파워튠(PowerTune)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처음으로 40나노미터에서 28나노미터로 미세화에 성공한 라데온 HD 7970. 미세공정의 장점은 단연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라데온 HD 7970의 코어는 365㎟ 공간에 43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다. 이전 세대 라데온 HD 6970은 389㎟의 공간에 26.4억 개를 담았으니 많은 차이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라데온 HD 7970은 라데온 HD 6970의 1,536개 보다 많은 2,04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갖췄다. 여기에 AMD가 새로 개발한 GCN(Graphics Core Next) 설계를 적용해 성능을 더 높였다.
미세공정은 전력 효율이나 발열에도 이점이 있다. 라데온 HD 7970은 AMD 발표 기준으로 대기 전력 최소 3W, 최대 250W의 전기를 쓴다. 이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선택할 때, 전기 요금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적은 전력을 쓰게 된 것은 AMD의 ‘제로코어 파워(ZeroCore Power)’ 기술이 새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휴 상태의 HD 7970은 15W의 전기를 쓰지만 제로코어 파워는 극한으로 전력을 아낀다. 심지어는 그래픽카드에 달린 쿨링팬도 돌리지 않는다. 이는 크로스파이어 작동 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용자가 직접 전력 사용에 개입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카탈리스트 드라이버 내에 오버드라이브 메뉴는 -20%에서 +20%까지 전력 사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적극 개입해 성능과 전력 사이를 선택하도록 유연함을 더한 것이다.
라데온 HD 7970의 와트당 성능비... 얼마나 차이날까? |
라데온 HD 7970의 성능은 이미 베타뉴스가 자체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테스트 결과, 경쟁사 최상위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580 대비 20~30% 가량의 성능 향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 관련기사 : 3세대 다이렉트X 11 시대 열렸다! AMD 라데온 HD 7970
http://www.betanews.net/bbs/read.html?&mkind=3&page=1&num=555328
이번에는 주제를 바꿔, 라데온 HD 7970이 1와트당 어느정도의 성능을 내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게이밍 벤치마크 유틸리티 3DMark 11의 총점/그래픽 점수와 최근 인기몰이 중인 FPS 게임인 배틀필드3를 통해 와트당 성능비를 알아봤다.
시스템은 인텔 2세대 코어 i7 3960X 프로세서와 아수스 P9X79 PRO 메인보드, DDR3 1,600MHz 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벨로시랩터 150GB, 기가바이트 오딘GT 850W 전원공급장치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다. 공정성을 위해 오버클럭과 같은 조작은 하지 않고 기본 작동속도 상에서 이뤄졌다.
◆ 3DMark 11 스코어로 본 와트당 성능비
3DMark 11의 총점을 기준으로 각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와트당 성능비를 비교했다. 테스트는 가장 높은 사양을 요하는 익스트림(Extreme) 프리셋으로 진행했으며, 결과값은 1와트당 3DMark의 점수를 뜻한다. 산출은 3DMark 3회 반복 테스트 평균 점수에 전력소모량 평균치를 나눈 결과값을 표기했다.
3DMark 총점은 여러가지 값을 종합해 나오는 것이기에 실제 결과값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라데온 HD 7970의 와트당 성능비를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한 결과, 라데온 HD 7970은 1와트에 7.8점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포스 GTX 580은 1와트로 5.7점의 성능을 냈다. 이는 약 37%의 차이로 제법 큰 수치다. 이전 세대인 라데온 HD 6970과 비교해도 40% 가량의 차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 3DMark 11 그래픽 스코어로 본 와트당 성능비
이번에는 3DMark 11 총점 내에 따로 표기되는 그래픽 항목에 대한 와트당 성능을 수치화 했다. 3DMark 11 총점과 같이 익스트림 항목을 기준으로 한다. 같은 방식으로 1와트당 점수를 기초로 그래프를 정리했다.
전체적으로 3DMark 11 총점과 비슷한 그림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데온 HD 7970이 1와트에 7.1점의 점수를 냈고 지포스 GTX 580은 5.1점을 1와트로 낼 수 있었다. 두 제품간 차이는 39%로 더 벌어졌다.
◆ 배틀필드3 평균 프레임으로 본 와트당 성능비
실제 게임에서의 차이는 어떨까? 배틀필드3를 통해 확인해 봤다. 이번에는 배틀필드 게임 내에서 1프레임당 그래픽카드가 쓰는 전력량을 비교해봤다. 위 그래프와 다르게 낮을수록 같은 성능에 전기를 덜 쓰는 것이라 보면 된다.
여기서 라데온 HD 7970은 1프레임에 9.5와트의 전기를 썼다. 1프레임에 12.1와트를 쓴 지포스 GTX 580이나 12.7와트를 쓴 라데온 HD 6970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차이는 약 20% 가량이다. 오버클럭을 할 경우, 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데온 HD 7970은 28나노미터 미세공정의 장점인 ‘고성능·저전력’ 공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대 이상의 라데온 HD 7970을 쓰면 그 효과는 커진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재정의한다 |
그 동안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성능은 좋지만 전력 소모가 높다는 인식이 높았다. 이는 지금까지 선보인 고성능 그래픽카드들이 그 틀을 벗어나지 못다. 물론 많은 전력을 쓰는 만큼, 성능이 나오기 때문에 실제 제품을 쓰는 마니아층은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써왔다.
하지만 라데온 HD 7970은 그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테스트 결과가 증명하듯 같은 전력을 쓰더라도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 전력 소모량 자체도 기존 고성능 그래픽카드보다 낮아 전력 소모량에 대해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근심을 덜었다.
테스트에 쓰인 인텔 코어 i7 3960X 프로세서 시스템 기준으로 배틀필드3을 플레이하면 평균 약 355와트의 전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2세대 코어 i5 2500K 또는 코어 i7 2600K 시스템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전력 소모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코어 i7 3960X는 130와트, 2600K 또는 2500K 프로세서는 95와트의 전력을 쓴다.
결과적으로 하드디스크 같은 확장장치를 여럿 장착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상위 시스템이라면 약 600~700와트의 전원공급장치로 라데온 HD 7970을 쓸 수 있으며 그 이하라면 약 550~650와트의 전원공급장치로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게 아니라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쓴다고 전원공급장치를 업그레이드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기본적인 전력 소모량이 줄었기 때문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적인 고민(전기 요금)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굳이 전력 소모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파워튠과 오버드라이브를 적극 활용해 성능을 더 끌어낼 수 있다.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성능,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이다. 라데온 HD 7970은 그 사이의 이질감에 대해 해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 깊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재정의하고 있는 차세대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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