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21 14:14:02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영국 오디오 브랜드 바우어스&윌킨스(Bowers & Wilkins, 이하 B&W)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헤드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첫 헤드폰인 P5는 스마트폰에 연결해 들을 수 있는 아웃도어 헤드폰으로, 어디서나 B&W의 하이파이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가죽을 두른 차별화된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 여기에 자사의 사운드 기술이 녹아들어가 역시 B&W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4년이 지난 이후 B&W는 P5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B&W 시리즈2를 출시했다. 외관에 살짝 변화를 주었으며 무엇보다 사운드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그들이 전달하려는 의도는 간단하다. B&W라는 이름에 걸맞은 최상의 사운드 기술력을 헤드폰을 통해 선보이고자 한다.
더욱 돋보이는 남성미
이전 디자인이 완벽에 가까워서일까. B&W P5 시리즈2가 기존 P5와 거의 비슷한 생김새를 유지하고 있다. 진한 가죽과 번쩍이는 스테인리스의 조화는 여전하며, 헤드폰 유닛을 연결하는 미려한 곡선을 그리는 프레임 또한 그대로다.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Bowers&Wilkins' 로고가 쓰여진 하우징의 색상이 실버에서 블랙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헤드폰 유닛이 블랙과 실버로 어느정도 색상 균형을 맞췄지만 여기까지 블랙 색상을 넣어 더욱 진한 색감을 완성했다.
하우징 색상 하나만으로 P5 시리즈2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르겠지만 P5 시리즈2가 더 무게감 있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미려한 헤어라인까지 들어가 있어 단조로움을 피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를 통해 사운드와 함께 디자인도 이전보다 더 보강된 느낌이다.
헤드밴드나 이어패드에 사용된 부드러운 양가죽은 그대다. 인조가죽이나 저가형 가죽과는 생김새부터 다른 결과 광택을 지니고 있다. 부드러운 촉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중후한 분위기를 내는 블랙 가죽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프레임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연출한다. 빨간, 파란색의 플라스틱을 덧댄 휘황찬란한 다른 헤드폰과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다. P5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장점으로 일반 헤드폰과 다른 나만의 헤드폰을 쓰고 싶다는 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이어패드 역시 기존 헤드폰과는 다르다. 테두리 부분만 두툼하게 만든 다른 헤드폰과 달리 P5 이어패드는 평평하게 만들었고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어패드 안쪽에 쌓일 수 있는 먼지나 이물질의 투입을 방지하며, B&W 측은 음향학적 패턴을 구성해 여기를 통해 소리와 공기가 통과하면서 소리의 저항을 최소화한다고 전한다.
자석으로 고정되는 이어패드
이어패드는 교체형으로 패드가 닳거나 오래 썼다면 쉽게 새 부품으로 바꿀 수 있다. 이어패드는 헤드폰에 완전히 고정된 것 같지만 틈을 벌리면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는 이어패드가 빠진다. 다른 헤드폰도 이어패드를 교체형으로 만든 제품이 많지만 P5처럼 자석으로 고정해 아주 깔끔하게 교체가 가능한 제품은 상당히 드물다.
1.2m 길이의 P5 시리즈2 케이블은 헤드폰 한 쪽에만 연결하는 싱글타입으로 되어있다. 물론 헤드폰 양쪽에 연결하는 케이블보다 걸리적거림이 덜해 사용이 편하다.
또한 케이블이 찰탁식으로 이루어져 단선이 된다면 케이블만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헤드폰은 케이블 단자를 대부분 헤드폰 바깥쪽에 두어 이어지는 이음새가 노출되도록 했지만, P5는 케이블 탈착 단자를 내부에 두어 이음새가 밖으로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작은 차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간결한 느낌을 살렸고 다른 헤드폰이 지닌 투박한 면을 P5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패키지에는 P5 시리즈2를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케이스와 간단한 설명서, 리모컨이 달려있지 않은 여분의 케이블과 2년간 국내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로이코 보증서가 포함된다.
P5 시리즈2는 남성적인 디자인에 가깝지만 두툼한 헝겊으로 이뤄진 휴대용 케이스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납작하고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에 좋고 버튼식이 아닌 자석을 넣어 열고 닫는 과정이 깔끔하다. 세밀한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갖췄지만 여성용 파우치 같은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의 소음을 차단한다
P5 시리즈2는 귀에 살짝 얹혀서 착용하는 온이어 타입 헤드폰이다. 헤드폰 유닛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방에 넣거나 목에 걸고 다녀도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귀를 완전히 감싸지 않아 답답함이 적고 대신 부드러운 가죽이 귀에 밀착되어 차음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주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아웃도어에서 착용하기에 적합하다. 온이어 헤드폰 중에서는 손꼽히는 차음성을 갖췄다.
단단한 스테인리스 프레임을 써서 그런지 헤드폰 장력은 조금 세게 느껴진다. 덕분에 귀를 꾹 막아 주위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걸어 다니면서 들어도 헤드폰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헤드폰 하우징이 두껍지 않고 슬림한 편이라 헤드폰을 쓰면 나타나는 소위 요다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콘서트를 즐긴다
P5 시리즈2는 단순히 디자인에 손을 본 것이 아니다. 스피커 드라이버 유닛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 이전보다 더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다.
이어패드를 열고 스피커 드라이버를 보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외관을 살펴볼 수 있다. 드라이버 유닛이 잘 보이지 않던 이전 P5와 달리 P5 시리즈2는 하이파이 스피커에서 볼법한 스피커 드라이버가 시원스레 자리잡고 있다.
특별히 P5 시리즈2는 B&W의 최상위 스피커 800 시리즈를 담당한 엔지니어들이 사운드 튜닝에 참여했다고 전해져 B&W의 고품질 사운드를 헤드폰에서도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청음해본 P5 시리즈2는 엄청난 공간감을 가지고 있거나 클래식 음악에서 환상적인 선율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웃도어용 헤드폰으로 가장 나은 사운드를 내는 헤드폰으로는 P5 시리즈2를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을 정도다.
P5 시리즈2의 매력은 묵직하면서 균형잡힌 저음이다. 아웃도어에서는 주변 소음에 저음이 묻힐 가능성이 높아 중저음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으며,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중저음이 강화된 헤드폰을 즐겨듣기도 한다. P5 시리즈2는 충분한 저음으로 댄스나 힙합 음악을 아웃도어에서 듣기에 적합하다.
풍부한 중저음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음역대를 넘나들지 않아 저음을 즐기는 수준에서 딱 좋은 밸런스를 갖췄다. 여기에 귀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가죽 패드와 적당히 조이는 헤드밴드가 더해져 온이어 헤드폰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의 소음 차단능력을 갖췄다.
P5 시리즈2는 중저음과 차음성이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고음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중저음과 함께 맑게 뻗는 고음이 어우러져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즐기기에 적합한 사운드 튜닝이 적용됐다. 해상력도 뛰어난 편으로 사운드를 감상하고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헤드폰 하우징이 작은 편이라 공간감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이어폰 케이블에는 스마트폰의 음악을 조정할 수 있는 리모컨이 담겨있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통화가 걸려오면 받을 수 있고 음량 조절과 곡 넘김 등이 가능하다. 리모컨은 아이폰이나 아이팟,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제품에 완벽히 호환된다. 또한 마이크가 있어 헤드폰을 낀 상태에서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마이크는 작지만 누르는 느낌이 분명한 편이다.
경쟁자를 찾기 힘든 아웃도어 헤드폰
B&W는 P5 시리즈2를 살펴보면 시중에 있는 헤드폰과 많은 점이 다르다. 다양한 색상으로 개성을 뽐내는 디자인이 아닌 가죽소재를 사용해 세련되면서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었다. 여기에 자석식 이어패드로 새것으로 교체하기가 매우 쉽고 잘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꼼꼼히 만든 것을 보면 이런 것이 바로 명품 헤드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탁월한 차음성과 단단하고 멋진 저음, 쭉 뻗는 고음까지 아웃도어에서 들을 헤드폰으로는 부족한 점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가격은 40만 원대 후반으로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운 가격대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오랫동안 사용하기에 좋은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지닌 하나의 헤드폰을 선택해야 한다면 P5 시리즈2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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